일하는 중에 크고 작은 결정들은 수도 없이 발생한다.
권한이 많고 커질수록 결정 가능한 크기도 커진다.
하지만 양도 많아질까??(네 니오?)
나는 시니어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분명 직원을 더 뽑았는데 왜 일이 안 줄까요?"
일을 잘 시키는 것도 시니어 능력이지 매니징 어쩌고 할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 상황 속의 주니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처음부터 사수에게 사소한 모든 결정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1. 결정이 만든 상처
우리는 실패를 힘들어한다. 진짜 매우 힘들다. 욕먹으면 더 힘들다. 내 탓하면 더더 힘들다. 잘못된 결정은 꼭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이 만들어지게돼서 반복될 경우 결정을 두려워하게 된다. 상처가 남아버리는 것이다.
두려워진 주니어는 생각한다. 'A~G는 직접 판단 가능하지만, 검사를 받아보자.'
이때, B가 틀렸다면, '역시 검사받길 잘했어'라고 생각하며 안도하게 되고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결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나름의 이유로 결정을 한다.
OMR카드에 객관식 문항을 3번으로 찍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처럼.
2. 권한 없는 삶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정말 그런 거다.
어차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생각하나 계속 거절당하는 것도 힘들고 고민한 시간이 아까워진다.
3. 결정 미루기의 편안함
내가 최근에 겪은 케이스다.
애매한 상황은 모두 상급자에게가고 나는 결정된 일만 진행 하니 달콤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한두어 달 일해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결정 가능한 것도 상급자에게 결정해달라고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 결정이 잘못될 수 있고, 공통 규칙과 예외 케이스 생각에 더 밝은 상급자에게 허락을 받자? 정도의 온도였으나. 이제 별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결정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작은 결정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나쁜 습관.
결정이 필요한 것들의 수는 위로 올라갈수록 적어져야 한다. 그게 중간 결정권자들이 배치되는 이유인데, 그렇든 말든 주니어들은 결정해주세요를 아주 남발하게 된다. 왜냐? 편하니까! 그러면 분명 직원을 뽑는 족족 시니어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작은 결정도 내리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WHY와 멀어지면서 더 나은 결정을 고민하는 일도 없어진다. 내 기획 의도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이걸 원하진 않을 거야)
어차피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니니 결정해준 사람 의도를 들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라면 어떻게 결정할지 생각해보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정리해야 된다. 왜? 나도 언젠가 시니어가 될 테니까!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면 혼자만의 결정과 위에서 내려온 결정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보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연습하자. 잘 생각해보면 전달받은 의도는 잘 기억도 안 난다(나의 정성이 없잖아요?) 심지어 동일한 일이 생겼을 때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일을 진행하게 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유가 있었는데 설명을 못하겠다 왜 그렇다고 했더라?' 이 상황 한 번쯤 다들 겪어봤을 거다.
조금 서툴더라도 잘 못한다고 느껴지라도 결정을 연습하다 보면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우리 모두 해피한 결말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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