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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주니어 기획자로 살기 #문제가 아니었는데 문제가 됐습니다

요즘 쇼핑몰 운영업무를 자동화하는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특이점이 왔다.

서비스 컨셉은 '장사에만 집중하세요 운영 업무들은 모두 자동으로 처리해 드릴게요' (크으)

개인쇼핑몰을 운영한다면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건 자동으로 해줄 수가 없다.(ㅎㅋ)

  1. 상품소싱하기
  2. 쇼핑몰에 상품등록하기
  3. 주문 확인하고 택배 발송하기
  4. 정산하기

 

그럼 뭘 자동화 해줘?

하면 좋고 아님 말고를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그래서 판매자는 문제라고 말 한적 없다.

  • 쇼핑몰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바꿔주기(상품 이미지, 상세설명 등)
  • 구매자와 라포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 설정해 주기(SMS발송, 챗봇 등) 
  • 검색엔진에 영향을 주는 요소 설정해 주기(SEO, 메타태그 등)
  • 브랜딩 해주기(쇼핑몰 디자인, 파비콘, Open graph Image 등)

이번에 브랜딩 해주기에 속하는 파비콘과 Open graph Image를 자동화하는 로직을 기획했는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줄 건지, 폰트, 배경색 어떻게 할 건지, 이미지 어떻게 넣어줄 건지 등등 은근히 정의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끙차끙차 열심히 기획해서 적용을 해 놨는데. 판매자는 모른다. (파비콘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냥 뭔지 모른다)

파비콘과 Open graph Image를 통해 쇼핑몰에 대한 구매자의 신뢰가 상승했는지 인식이 향상됐는지 클릭률이 올랐는지 유입의 영향을 줬는지. 그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고 수치화할 수가 없다.

수치화 못하는 사이트 접속량이 증가했을 때 증가한 원인이 마케팅 효과인지 SEO효과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물론 판매자는 데이터 분석 도구를 연결해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수치화할 수 없다는 얘기를 쉽게 예를 들자면.
과일가게 간판을 내가 교체해 줬는데. 과일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게 된 게 온전히 간판 덕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날 과일가게 앞 도로 정리가 깔끔하게 됐을 수도 있고
과일가게 앞에 춤추는 인형이 있었을 수도 있고
과일가게가 파격세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것도 오는 사람 한 명 한 명 붙잡고 왜 왔냐고 물어볼 수 있긴 하다)

 

 

분명 문제가 아니었는데 문제가 됐다.

하면 좋고 아님 말고의 존재를 알게 된 판매자는 이런 행동을 한다.

  • 뭐야 마음에 안 드니까 삭제해야지 그런데 이거 어디서 삭제하는 거야. > CS접수
  • 왜 너 맘대로 만들어줘? 좀 잘 만들어주던가~ > CS접수
  • 오잉 귀찮았는데 잘 됐네!(라고 말해주지 않음😂)

분명 판매자는 하면 좋고 아님 말고였는데.... 문제라고 말한 적도 없는 일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돼버린다.(매우 억울)

나는 매우 기똥찬(?) 기획을 했으나 남는 게 없다. 그저 판매자의 성가심을 어느 정도 감소시켰을 것이다.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라고 정성적인 기록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기획자로 일 하다 보면 이렇게 결과가 모호하고 과정이 전쟁인 경험이 많이 생긴다.

애초에 문제가 아니여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 할 수 없는, 어떤 성과가 있었죠??라는 질문에 정량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들.

변인통제가 되지 않고  수치화할 수 없는 환경들. 데이터 무결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라고 보여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파비콘을 자동으로 만들어서 판매자의 시간을 60% 감소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성과라고 쓰는 게 맞는 건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